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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에 필요한 건 모두가 소중하다는 인식 아래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입니다. 재난에 강한 인천을 위해 인도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조의영 제17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은 지난 23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조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한 뒤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 등 여러 크고 작은 재난에 대응해왔다. 평소에도 봉사원 재난대응훈련, 시민 안전교육으로 재난에 대비하며 취약계층 봉사활동으로 인도주의도 실천하고 있다. 다음은 오는 11월 임기를 마치는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Q. 곧 임기를 마치는데 그간의 소감은.
A. 처음 인천적십자 회장이 됐을 때는 ‘내가 적십자의 숭고한 정신을 잘 이어받아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지난 1982년 문을 연 인천적십자는 44년간 연평도 포격, 인천항 화재 등 지역의 큰 재난마다 앞장서 구호했기 때문이다. 봄철 산불, 여름철 수해에도 꾸준히 나서며 전염병 예방, 난민 구호 등 국제관문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도 도왔다.
임기를 마치는 지금은 인천적십자의 활동을 ‘보리 타작’에 비유하고 싶다. 이삭에서 낟알을 터는 중요 작업인 보리 타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몹시 고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활동하며 분명 고된 순간도 있었지만 보람을 느끼니 힘든 줄도 모르고 어느새 임기 끝자락에 와있었다. 재난 현장에 스며들어 지내니 적십자 창시자인 앙리 뒤낭이 말한 인도주의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Q. 임기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을 꼽자면.
A. 재난에 대비·대응해 지역 곳곳을 도운 일이 떠오른다. 지난 2024년 8월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가 대표적이다. 연기와 먼지가 유입된 것은 물론 수도와 전기까지 끊긴 이재민들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에 인천적십자는 2개월간 서북봉사관을 대피소로 운영, 생필품을 지급하고 샤워차량도 투입하며 복구 전까지 이재민들의 일상이 이어지도록 도왔다. 더운 여름철 보양식도 제공하며 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매년 접경지역인 서해5도의 비상상황 대비도 도왔다. 대피시설에 비상식량, 담요 등을 비축했으며 유사시 주민들이 침착히 출도하도록 봉사원들도 훈련했다. 해마다 만나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긴장과 안심이 공존해 구호책임기관으로서의 결의를 더 굳게 만들었다.
지역과 힘을 모아 다른 지역을 도운 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2025년 4월에 영남권에 대형 산불이 나자 인천 공공기관, 기업, 단체는 물론 시민 개개인까지 나서 수억원의 성금이 모였다. 해당 성금은 피해지역 복구 및 이재민 구호에 활용됐다. 같은해 8월에는 충청남도 홍성군에 수해가 나자 인천적십자 봉사원과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30여명이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빗물과 진흙으로 뒤덮인 농경지를 복구하는 등 지역을 넘어 이재민을 돕고 이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Q. 최근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인천적십자의 활약이 빛났는데.
A. 지난 7월18일 석남동 물류센터 화재 구호도 몹시 고됐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인천적십자는 재난 현장에 직원 30명, 봉사자 50명, 심리상담사 10명 등 총 9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재난회복지원차량을 두어 장기간 진화에 지친 소방관 수백명이 잠시 쉬어가도록 했다. 서울·경기 등 인근 지사와도 협력해 이들이 입었던 옷을 빨도록 세탁차량을 두거나 새로 입을 옷들도 마련했다.
또 대피소에서는 이재민들이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쉘터 102동을 설치하고 5천만원 상당의 비상식량과 생필품을 제공했다. 나아가 심리상담소도 둬 갑작스런 화재로 혼란을 겪는 주민들이 안정을 찾도록 도왔다.

Q. 임기 동안 잊지 않고 지켜온 ‘구호 신념’이 있다면.
A. 재난은 신속한 대응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인천적십자가 평소 하는 대부분의 활동도 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봄철 산불, 여름철 수해·폭염 등 정기적으로 생기는 재난에 능숙히 대응하도록 해마다 수백명의 봉사원을 대상으로 수십회의 재난구호훈련을 한다. 특히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여러채의 쉘터를 조립하는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 나아가 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도 구호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공감·위로 등 소양교육도 잊지 않는다.
동시에 시민 스스로가 안전 지식을 갖춰 재난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매년 수만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생존수영 등 안전교육을 해 자신과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도록 돕고 있다.
재난대응에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모든 이가 소중하다는 인식 아래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이다. 인도주의 정신이 지역사회 곳곳에 스밀 수 있도록 인천적십자는 꾸준한 사회봉사도 펼치고 있다. 6천여명의 봉사원이 지역 1천여가구에 매달 생필품을 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00여가구에 2억원의 긴급지원도 해 어려운 이웃이 ‘가난’이라는 재난을 극복하도록 도왔다.
Q. 임기동안 특히 치매예방활동이 두드러졌는데.
A.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치매도 우리가 함께 이겨내야할 위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천적십자는 지난 2024년부터 연수구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 전문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도치매 및 치매위험 어르신에게 교구놀이, 체조, 요리, 원예 등 감각을 깨우는 자극을 줘 증세를 완화·예방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사회가 치매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민들을 ‘치매 파트너’로 길러내고도 있다.
이 예방사업을 ‘기적’이라고 이름 지었다. ‘기억을 지키기 위해 적십자가 따듯한 돌봄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사업을 펼치는 모든 순간이 기적의 연속이었다. 시민 수십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치매예방전문봉사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인천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에도 선정돼 도움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에 미소 짓는 모습이 가장 큰 기적으로 다가왔다.
Q. 임기 전까지 이루고자 하는 과제가 있다면.
A.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이 이어지도록 기반을 다지겠다. 인천적십자는 지난 2024년부터 베트남적십자사 호치민지사와 최초의 지사 간 업무협약을 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지난해 호치민지사가 인천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10월13~16일에는 인천지사가 호치민을 찾을 예정이다. 양 지사가 가진 자원과 경험을 교류해 글로벌도시로 도약하는 인천에 필요한 안전망을 살피겠다.
또 현재 인천적십자는 1만4천여명의 단원으로 이뤄진 청소년적십자(RCY)단을 운영, 이들에게 봉사 연계는 물론 안전·친환경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오는 10월31일 청소년 심폐소생술 경연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고안해 이들을 지역사회에 인도주의 정신을 전파하는 구성원으로 길러내고자 한다. 마지막까지 기반을 튼튼히 다져 (회장직을) 넘기는 것이 내게 남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26년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창립 44주년을 맞는 해다. 인천적십자가 이처럼 오랫동안 지역사회 구호책임자로 활동한 것은 묵묵히 동참한 봉사원을 비롯한 300만 인천시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생명을 살리는 적십자, 모두가 안전한 인천’이라는 목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인천적십자는 계속 달릴 것이다. 나 역시도 이제는 1명의 시민으로 돌아가 그 발걸음에 함께하겠다.